
한편으로는 네가 이렇게 경계 없이 마음과 수고를 내주는 것이, 어쩌면 남들이 너를 좋게 평가하는 것에 비해 정작 너는 스스로를 하찮고 야박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서가 아닐까 걱정돼. 조금 자신감이 없거나 자존감이 부족하거나 원래 실력이 들통날 것 같으면, "남들은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어. 사실 정말 하찮은 인간인데 그래도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 기꺼이 도와드릴게요" 같은 심정으로 타인의 욕망에 부응하려고 애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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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9개의 문장
한편으로는 네가 이렇게 경계 없이 마음과 수고를 내주는 것이, 어쩌면 남들이 너를 좋게 평가하는 것에 비해 정작 너는 스스로를 하찮고 야박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서가 아닐까 걱정돼. 조금 자신감이 없거나 자존감이 부족하거나 원래 실력이 들통날 것 같으면, "남들은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어. 사실 정말 하찮은 인간인데 그래도 이런 나라도 괜찮다면 기꺼이 도와드릴게요" 같은 심정으로 타인의 욕망에 부응하려고 애쓰거든.
시간이 흐를수록 늙어간다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는 것처럼, 시간이 흘러도 늙지 않는것이 있다는 것 역시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것. 우리가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더욱 깊게 느끼는 공허함이라고 하는 이 허무의 실체가 사실은 늙어가는 나와 늙을 수 없는 나 사이의 갭일지도 모르겠다는 것. 조금이라도 더 잘 늙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앞만 보고 가던 우리 둘이 '교환일기'라는 단어를 불로의 영역에서 주워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서로에게나 혹은 주위의 그 누구 앞에서도 더 어른스럽고 의젓하게 보이려고만 들었지 그 반대쪽으로 움직인 적은 없었던 사람들이잖아요. 아니 근데 그런 두 사람의 머릿속에서 튀어나온 것이 이토록 풋풋한 '교환일기'라는 단어였다니. 참 쑥스럽더라고요.
대중문화 콘텐츠가 어린이를 주로 귀엽고 속 깊은 존재로 묘사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상을 특정한 속성으로 환원해 열광하면서 그 기준을 벗어난 모습을 용인하지 못하는게 바로 혐오의 전형이다.
서울이 지방의 모든 자원을 다 빨아들이는 것 말고도 슬픈 점이 또 하나 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대중문화가 만들어내는 우리의 감상과 향수마저 독점한다는 사실이다. 막막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서울에 있는 옥탑방에서 수많은 도시의 불빛을 망연자실하게 내려다보는 모습 말고 어떻게 단 한 장면으로 시각화할 수 있을까? 시골에서 무르익어가는 노란 벼를 마주 보는 젊은이는 응당 불안감이 아닌 뿌듯함을 느껴야만 하는 존재인가?
과학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어설프게라도 아는 것은 그리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사실 가장 무서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무리 어설프게 알아봐야 집에서 실수로 핵폭탄을 만들지는 못할 테니까.
"아무래도 전 안 되겠습니다. 전 글을 쓸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에요. 제게서 무엇을 보셨든 간에 전 편집자님이 생각하시는 글을 쓸 수 없어요. 계약금은 보내신 계좌로 고스란히 돌려드리겠습니다..." 라는 계약 위반 통보문을 메모장에 쓰고는 메일로 옮겼다가, 임시 보관함에서 삭제했다. 글을 못 쓸것 같다는 생각은 고등학생 때 국어 선생이 네가 쓴 것이 맞느냐고 추궁하며 내 글을 그대로 외워서 읊어 보라고 했을 때부터 자주 드는 생각이었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계속 그녀가 그리울것이다. 하지만 이 집 아이들이 조르니 당분간은 함께 있고 싶다. 나딘 아줌마는 내게 세상 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기르쳐주었다. 무척 홍미로운 일이다. 나는 온 마음 을 다해 그렇게 되기를바란다. 라몽 의사 아저씨는 내 우산 아르튀르를 찾으러 내가 있던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 감정을 쏟을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르튀르를 필요로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고, 그래서 내가 몹시 걱정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 한다.
로자 아줌마는 바나니아에게 소리를 질러댔지만 그애는 천하태평이었다. 그애는 겨우 세 살이었고, 가진 거라곤 미소밖에 없었으니까. 로자 아줌마는 바나니아는 빈민구제소에 보낼 수 있었을지 몰아도 그 아이의 미소만은 떠나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와 아이의 미소를 떼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별 수 없이 둘 다 데리고 있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