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초지에 있던 커다란 말이 한순간 죽듯, 오랫동안 내게 기쁨을 선사하던 난초가 사슴에게 먹혀버리듯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은 갑자기 발생한다. 하는 게 아니라 일어나버리는 것. 행복하다가도 갑자기 슬픈 일이 일어나는 것.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예측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일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자연의 순리이고 이미 정해진 일이었던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떤 흐름 속을 열심히 헤엄치는 듯하지만 사실 함께 유유히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