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이 날 것 같은 허망감을 시냇물 소리가 다독거려준다. 다행히 집 앞으로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요새 같은 장마철엔 제법 콸콸 소리를 내고 흐르지만 보통 때는 귀 기울여야 그 졸졸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물소리는 마치 다 지나간다, 모든 건 다 지나가게 돼 있다, 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들린다. 그 무심한 듯 명랑한 속삭임은 어떤 종교의 경전이나 성직자의 설교보다도 더 깊은 위안과 평화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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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개의 문장
눈물이 날 것 같은 허망감을 시냇물 소리가 다독거려준다. 다행히 집 앞으로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요새 같은 장마철엔 제법 콸콸 소리를 내고 흐르지만 보통 때는 귀 기울여야 그 졸졸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 물소리는 마치 다 지나간다, 모든 건 다 지나가게 돼 있다, 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들린다. 그 무심한 듯 명랑한 속삭임은 어떤 종교의 경전이나 성직자의 설교보다도 더 깊은 위안과 평화를 준다.
보드게임 한쪽 모서리에 붙은 ‘무인도’를 떠올리며 효민이 작게 웃었다. 한 번 들어가면 두 개의 주사위를 던져 같은 숫자가 나올 때까지 세 번은 쉴 수 있었다. 인간의 인생에도 무인도가 필요하다고, 효민은 생각했다. 가족과 친구에게 이만한 핑계가 어디 있을까. 나 지금 무인도에 떨어졌어. 불운이 찾아왔나 봐. 딱 세 타임만 쉬고 일어날게, 하고.
그래서인지 요즘엔 ‘여백(餘白)’이라는 게 소중해지더라. 아무것도 적어 넣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숨 쉴 공간 같은 거 말이야. 여백이 주는 휴식을 즐기고 나면, 나한테도 가끔 무방비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해.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 시구 한 줄에 마음이 동(動)하는 순간이 오는 거야. 널 말랑말랑하게 하는 것, 흠뻑 젖게 하는 것, 자꾸만 고개를 돌리게 되고, 밤새 우주를 유영하게 하는 것. 그런 걸 찾으려면 한 번쯤 한없이 여리고 약해져도 돼. 무용하다고 느끼는 시간이 실은 얼마나 유용한지, 너도 금방 알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