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주정뱅이들의 염원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되는 것. 받아주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 제가 아무도 모르는 땅에서 만취하고 기억을 잃는 것도, 남들에게 했으면 '개저씨'라 욕했을 행동들을 샐샐 웃으며 받아들였던 것도, 그 생떼 같은 염원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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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개의 문장
어쩌면 주정뱅이들의 염원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되는 것. 받아주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 제가 아무도 모르는 땅에서 만취하고 기억을 잃는 것도, 남들에게 했으면 '개저씨'라 욕했을 행동들을 샐샐 웃으며 받아들였던 것도, 그 생떼 같은 염원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요.
도망치려는 태도를 말했지만, 실은 도망치지 않고 직시하고 싶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삶을 주인공이라는 배역으로서 살아가다 감독의 슬레이트 치는 소리에 웃으며 끝을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모든 슬픔이 그들만의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술은 그 자체로 무언가를 남기긴 힘들어요. 숙취라면 모를까. 그러므로 술과 함께하는 것들이 휘발하는 풍미에 불과한 에탄올 용액을, 음주라는 추억으로 남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대한 많은 것들에 감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 열어놓고 즐겨볼 수 있는 사람도 되고 싶고, 그 어느 것도 속단하고 싶지 않습니다. 얼음 넣은 맥주나 믿을 수 없는 맛의 진 토닉을 만난 경험처럼, 기꺼이 부서지고 그리하여 더 넓어지고 싶어요. 그게 나이가 들수록 제가 말을 줄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경탄에는 모음 하나면 충분하니까요.
십 대 시절의 가장 비극적인 점은 바로 그런 지점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건강하고 건전하게 고민을 해결할 수조차 없이 좁은 시야에 매몰되어 불확실한 단기적인 목표를 추구하거나 아예 도망칠 수밖에 없다는 거. 혹은 아예 도망칠 수조차 없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