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부터 나는 뭔가에 꽂히면 줄곧 그것 하나만 먹어도 질리는 법이 없었다. 그야 언젠가는 물리는 날도 온다. 그것도 느닷없이.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일편단심 닭튀김 도시락이다. 점심시간이 다가와 허기가 느껴지면 ‘드디어 닭튀김 도시락과 감자샐러드를 먹을 시간이야.’라고 뇌가, 입이, 혀가, 위장이, 이 가게의 닭튀김 도시락을 미친 듯이 원하는 터라 어쩔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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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3개의 문장
옛날부터 나는 뭔가에 꽂히면 줄곧 그것 하나만 먹어도 질리는 법이 없었다. 그야 언젠가는 물리는 날도 온다. 그것도 느닷없이.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일편단심 닭튀김 도시락이다. 점심시간이 다가와 허기가 느껴지면 ‘드디어 닭튀김 도시락과 감자샐러드를 먹을 시간이야.’라고 뇌가, 입이, 혀가, 위장이, 이 가게의 닭튀김 도시락을 미친 듯이 원하는 터라 어쩔 도리가 없다.
부모란 꼭 날씨 같다. 우리는 엄마 아빠를 마음대로 고를 수가 없다. 마음에 들건 안 들건 부모는 그저 우리 곁에 있다. 그러니 마음에 안 든다고 불평해 보았자 소용없는 일이다.
직업이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일도 하면서 살기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방 안에 있을 때 나랑 엄마한테는 모든 것을 할 시간이 있었다. 시간은 버터처럼 길게 집, 놀이터, 가게, 온 세상에 아주 얇게 퍼져 있어서 한곳에 아주 조금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서둘러 다음 장소로 옮겨가야 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어떠셔?” 이 말에는 더욱 심각한 질문이 숨어 있다. 아버지 살 수 있으실까?
나루세는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잔뜩 씨를 뿌려 하나라도 꽃이 피면 된다. 꽃이 피지 않았더라도 도전한 경험은 모든 것을 비옥하게 한다.
그러나 그녀의 개인적 아픔을 이해한다고 해서 전처 아들인 내가 그 상처를 보듬어줄 의리나 책임따위 없잖아? 더구나 그 전처가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대강 아는 내가. 부탁이야, 아버지를 증오하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배터리가 모자라, 제발.
만화책 말풍선 같은 하얀 덩어리가 공중에 둥실 떠오르다가 사르르 녹았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의 무게가 이야기한 것들의 무게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비밀들, 말하지 않는 것 하나하나가 둥글고 단단하고 무겁고 차갑게 할머니와 손녀의 목에 돌덩이처럼 매달렸다. 비밀의 무게 때문에 두 사람의 등이 휘어졌다.
“훌륭한 오페라 가수가 되지 못할 것 같아요.” 약한 소리를 하는 모리 씨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생활해봐. 돌아와서 아버지한테 스파게티 두 세가지라도 만들어준다면 그걸로 충분하잖냐.”
“그분들이 알게 되면 뭐라고 하실까?” “아, 그거야 물론 나도 못 오게 하시겠지.” 한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돌리는 자기가 하는 말이 남을 가슴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했다. 한나는 그 답을 예상하지 않았던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그리고 그 아픔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