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야 속에서 네가 반쯤 웃고 있었다 매혹적인 이미지 외설적인 향기 몽환적인 목소리 너의 모든 것을 훔치고 싶은 한순간이 있었다 아주 잠깐 너를 꽉 안아주었다 그것은 치사량의 사랑이었다 나는 네가 아름다운 채 살아있길 바란 적은 없었으나 아름다웠던 채 죽기를 바란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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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4개의 문장
백야 속에서 네가 반쯤 웃고 있었다 매혹적인 이미지 외설적인 향기 몽환적인 목소리 너의 모든 것을 훔치고 싶은 한순간이 있었다 아주 잠깐 너를 꽉 안아주었다 그것은 치사량의 사랑이었다 나는 네가 아름다운 채 살아있길 바란 적은 없었으나 아름다웠던 채 죽기를 바란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수아를 만나기 위해서 지금까지 외로워야만 했던 거라면 그 정도는 당연히 감당할 수 있었다. 수아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더 어려운 일도 참고 견뎌 낼 수 있었다. 수아만 있다면.
결국 쓸모없는 아름다움만이 우리는 구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계속 실패하고 실수하며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 나는 여전히 허기를 느끼면서 글을 쓰고 더 큰 허기를 느끼면서 문장을 마친다. 그 어떤 구원도 없지만, 글을 쓸 때의, 몰입하는 순간을 즐기면서. 마침표는 우리에게 속한 것이 아니다. 그리하여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결국 나에게로. 그리고 가능하다면 너에게로.
부러웠어, 너의 껍질 깨뜨려야만 도달할 수 있는 진심이 있다는 거 나는 너무 무른 사람이라서 툭하면 주저앉기부터 하는데 너는 언제나 단호하고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얼굴 한 손에 담길 만큼 작지만 우주를 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어떤 믿음이 너와 나를 구별되게 했다 믿기 싶어서 믿기 시작하다 보면 믿지 않아도 믿게 되는 순간이 온다고 나는 나를 속이고 있었다 네가 너를 속이고 있듯이 그러니까 오늘 밤은 멀리멀리로 가자 아름다움 앞에서는 죽어도 상관없는 얼굴로 축제의 깃발을 흔드는 기분으로 우리는 아주 작은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있었는데 얼굴과 얼굴로 오래오래 가만히 마주 보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과 사람의 일이었다고 그러니까 얼굴은 마주 보는 것 마음은 서로 나누는 것 사람은 우는 것 사랑은 하는 것
우리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사랑할수록 죄가 되는 날들. 시들 시간도 없이 재가 되는 꽃들. 말하지 않는 말 속에만 꽃이 피어 있었다. 천천히 죽어갈 시간이 필요하다. 천천히 울 수 있는 사각이 필요하다. 품이 큰 옷 속에 잠겨 숨이 막힐 때까지. 무한한 백지 위에서 말을 잃을 때까지. 한 줄 쓰면 한 줄 지워지는 날들. 지우고 오려내는 것에 익숙해졌다. 마지막은 왼손으로 쓴다. 왼손의 반대를 무릅쓰고 쓴다. 되풀이되는 날들이라 오해할 만한 날들 속에서. 너는 기억을 멈추기로 하였다.
그러니까 너는 이제 어디든 머물러도 좋고 어디로든 떠나가도 좋다. 나아가도 좋고 되돌아가도 좋다. 어느 쪽으로든 열려있는 길을 굳게 껴안으면서 걸어왔고 걸어왔으므로. 네가 껴안은 것은 이전과 이후를 품은 오늘의 너 자신이었으므로. 어제의 너는 죽고 싶었는데 오늘의 너는 내일을 계획하며 한 줄 더 써 내려간다. 작고 희미한 가능성이 되어. 이 봄의 새싹은 녹색이 아니라 검정색이라고 쓰면서.
그렇게 삶이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때. 하려고 했으나 미처 하지 못한 일들이 마음 아팠고.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가족 생각에 마음이 아렸고. 남겨진 사람들이 겪을 고통을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베인 듯 했지만. 그런데, 그순간. 죽음이라는 것이 너무나 간단하다고 느껴지면서. 이렇게 끝이구나 생각되는 순간, 여지껏 붙잡고 있었던 것들이 웃을 정도로 가볍게 느껴졌다. 죽음 너머로 다른 누군가와 함께 갈 수도 없을 뿐더러 사후세계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어서.
그러니까 너는 이제 어디든 머물러도 좋고 어디로든 떠나가도 좋다. 나아가도 좋고 되돌아가도 좋다. 어느 쪽으로든 열려있는 길을 굳게 껴안으면서 걸어왔고 걸어왔으므로. 니가 케어하는 것은 이전과 이후를 품은 오늘의 너 자신이었으므로. 어제의 너는 죽고 싶었는데 오늘의 너는 내일을 계획하며 한 줄 더 써 내려간다. 작고 희미한 가능성이 되어. 이 봄의 새싹은 녹색이 아니라 검정색이라고 쓰면서.
어느 새벽 너는 조금 외롭고 지치고 힘든 것 같다. 너는 그만 생을 놓고 싶은 것 같고, 삶이 어떻게 흘러가든 아무래도 좋다고 좋다고 생각한다. 표류하는 마음으로 너는 살아왔다. 너는 네 마음을 물들이는 어둡고 무거운 기운에 맞서 은밀히 분투해왔고 그것에 함몰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그것. 삶의 의미 없음. 단순히 무의미함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너는 허상과 허망함 속에서. 사소하고도 거대한 존재들이 네 곁에서 네가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이 음악 속에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