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77페이지] 김현경 작가의 도서 속 문장

책상 위 놓은 책 몇 권이 당신이 오늘을 버텨낼 부담이길 바란다.

바다 같은 우울에 푹 잠길지라도 손이라도 꺼내 들고 작은 불꽃 하나 살리자, 나 여기 살아있다고.

나는 한 번도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 나는 못하는 게 없었지만 그걸 왜 해야 하는지를 몰랐어. 칭찬을 받고 칭찬이 계속 되니까 나는 칭찬받을 짓만 하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어. 모두가 나를 좋아해야 하고 이런 것들도. 그러니까 기대를 받고 기대에 부응해야 하고, 나는 이미 여기까지 온 사람이니까 그 정도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그런 집착이었어.

‘나만큼', '나보다, '너보다' 하는 말은 최소한 마음에 있어서는 쉬이 쓰여서는 안 되는 말임을 다시금 깨닫는 요즘이다.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도 않다. 내가 잘 지내나 우울하진 않나 살아 있나 걱정하는 친구들, 지인들의 연락을 받는 것도 부담스럽다. 잘 지낸다고 잘 지내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 이제는 잘 모르겠다. 도와달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책임이란 걸 배워버린 이후로 많은 게 두려워졌어. 언제까지 돈을 벌기 위해 나를 먹이고 다시 먹이기 위해 돈을 벌고 해야 할까 싶어. 언제까지 해야 하는 일들을 줄줄이 해내며 누군가에게 내색하지 않고 완벽하게 보이려 노력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무도 몰라주는 날갯짓 같아.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부족함이 많은 내가 하는 일이지만, 어제의 나, 오늘의 나와 앞으로의 수많은 내가 협업하는 것이고, 오늘의 부족함은 미래의 내가 채워 나갈 것이라는 것. 나는 나로서 혼자가 아니며, 나로서 함께 있다는 것을.

괜찮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는 용기, 사람들 앞에서 울어도 괜찮은 용기가, 되려 혼자인 시간을 가능케 했다. 괜찮지 않을 때 함께할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세상에 혼자가 아님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우을한 사람들에게 가장 도움이 된 사람들은 별다른 말 없이 공감해주고, 귀 기울이며 옆을 지켜주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우울을 이겨내며 살아야 하는지 아직 모른다. 과거를 떠올리면 후회와 자괴가 밀려오고, 미래를 떠올리면 불안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