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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_구병모

총 11개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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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 하나의 존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혼이라는 게 빠져나갔는데도 육신이 더 무거워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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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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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구축된 조직은 이미 더 큰 질서 안에 포섭이 되어버리고, 그다음부터는 그 질서가 조직을 움직이는 것일세. 기계의 부품이 모두 빠지고 더 이상 대체할 게 없어지기 전까지는 말일세. 물론 대체품은 소모되는 속도 못지않게 양산 속도도 빠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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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자기가 가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꼭 남더러 갈 곳을 끈질기게 묻더라. 당신 지금 자기가 뭐 하고 있는지 정말 알기나 해? 아는 건 단 하나, 목적지는 몰라도 하여튼 가고 있다는 사실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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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의 아픔이 있지만 정신적 사회적으로 양지바른 곳의 사람들, 이끼류 같은 건 돋아날 드팀새도 없이 확고부동한 햇발 아래 뿌리내린 사람들을 응시하는 행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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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당신은, 그늘받이에 속한 인간의 상처를 목격하고서도 기꺼이 꿰매었을 뿐만 아니라 이토록 침착하기까지 하며 초조와 분노 한 점 보이지 않고 다만 이처럼 평범하고도 동등하게 한 명의 환자를 돌보듯 할까. 어쩌면 태연한 척하고 있을 뿐일지도, 실은 마음속으로 떨고 있을지도, 아니면 조그만 노인쯤 위험해봤자 얼마나 위험하겠어 싶어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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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조형과 부착으로 이루어진 콜라주였고 지금의 삶은 모든 어쩌다 보니의 총합과 그 변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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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하나 뽑아서 손가락 끝마다 꽃잎이 피어나면 좀 더 예뻐지겠지. 화려해지겠지. 핏빛보다 고운 빨강, 세상에 다시없으니. 비록 공기에 닿자 거무칙칙해지더라도, 더러워지기에 오히려 깊고 잔혹한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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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마음속에 피어오른 희미한 태동 같은 것은 일시적으로 자신을 둘러싼 일상이 아닌 다른 세계에 접속했기 때문에 생겨난 작은 흥분에 불과하며, 거기 몸을 깊이 담그지 못하고 발만 살짝 적셨다가 돌아 나오는 데서 비롯한 아쉬움의 반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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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행을 위해서든 정치적 중대 현안을 덮기 위해서든 미디어에서 모종의 목적을 가지고 부채질하는 대로 휩쓸려 다니다가 바짝 긴장하는 순간이 지나고 나면, 복습과 주입에 무디어진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대로 돌아와 풀어져서 스스로를 위험에 방기하고 더 강한 자극이 생기기 전까지는 그 상태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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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는 사람은 이거 오래 못 해. 그것이 분노가 되었든, 거짓말에서 비롯한 긴장이나 후회가 되었든 상관없어. 특히 모욕을 견디는 일이 제일 중요하지. 왜냐면 너는 여자고, 그만큼 현장에서 모욕을 아무렇지 않게 넘겨야 할 일이 많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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