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인생의 혹한기. 수없이 애써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때 최후의 선택으로 귀도 입도 눈도 닫고 혼자 웅크리는 순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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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1개의 문장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올 수 있습니다. 인생의 혹한기. 수없이 애써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때 최후의 선택으로 귀도 입도 눈도 닫고 혼자 웅크리는 순간 말이에요.
새삼스런 강조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전적 정의에 만족하지 말고 그 반대어도 함께 들여다볼 일이다.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 행복이 있다. 풍요의 뒷면을 들추면 반드시 빈곤이 있고, 빈곤의 뒷면에는 우리가 찾지 못한 풍요가 숨어있다. 하나의 표제어에 덧붙여지는 반대어는 쌍둥이로 태어난 형제의 이름에 다름 아닌 것이다.
너무 특별한 사랑은 위험한 법이었다. 너무 특별한 사랑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만 다른 길로 달아나버린 내 아버지처럼. 지금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알아도 어떻게 할 수 없겠지만, 사랑조차도 넘쳐버리면 차라리 모자란 것보다 못 한 일인것을.
나는 이런 말을 알고 있다. 인생은 짧다고, 그러나 삶 속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고. 아버지는 참으로 긴긴 인생을 살았다. 그것이 진정 아버지가 원했던 삶이었을까.
세상의 숨겨진 진실들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그것은 마치 평생 똑같은 식단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식이요법 환자의 불행과 같은 것일 수 있었다.
"너 이런 말 알아? 결혼은 여자에겐 이십년 징역이고, 남자에겐 평생 집행유예 같은 것이래. 할수 있으면 형량을 좀 가볍게 해야되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해. 열심히 계산해서 가능한 한 견디기 쉬운 징역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솔직함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솔직함은 때로 흉기로 변해 자신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일수도 있는 것이었다.
철이 든다는 것은 말하자면 내가 지닌 가능성과 타인이 가진 가능성을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에 다른 아닌 것이었다.
환한 낮이 가고 어둔 밤이 오는 그 중간 시간에 하늘을 떠도는 쌉싸름한 냄새를 혹시 맡아본 적 있니?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그 시간, 주위는 푸른 어둠에 물들고, 쌉싸름한 집 냄새는 어디선가 풍겨오고, 그러면 그만 견딜 수 없을 만큼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누나는 연애를 해봤어?" 연애? 사랑이라 말하지 않고 연애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나는 천박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하지만 진모의 말에 일일이 반응을 할 수는 없다. 그것은 마치 까마귀보고 너는 왜 까마귀냐고 묻는 일보다 더 어리석다. 그리고 사실, 진모가 나에게 설령 "누나는 사랑을 해봤어?" 라고 물었다 해도 느글느글함 때문에 훨씬 더 괴로웠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천박함이 무명천처럼 고슬고슬할 때도 있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