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들은 소리 없이 천천히 변해 가요. 수동적으로 사는 것 같지만, 오히려 자생적인 시간을 살죠. 나무가 자라는 속도를 눈으로 볼 수는 없어도 오늘의 나무는 어제의 그 나무가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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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개의 문장
“식물들은 소리 없이 천천히 변해 가요. 수동적으로 사는 것 같지만, 오히려 자생적인 시간을 살죠. 나무가 자라는 속도를 눈으로 볼 수는 없어도 오늘의 나무는 어제의 그 나무가 아니랍니다.”
죽은 자를 위해 산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일까. 죽은 자는 살아 있는 자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긴 하는 걸까.
“부활은 화려한 듯해도 상처를 그대로 안고서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명주는 고개를 세차게 내젓고 있었다. 자신이 원한 것은 그렇게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원한 것은 그저 한 끼의 소박한 식사, 겨울 숲의 청량한 바람, 눈꽃 속의 고요, 머리 위로 내려앉는 한 줌의 햇살, 들꽃의 의연함, 모르는 아이의 정겨운 인사 같은 것들이었다. 자신이 아직은 더 보고 싶고 느껴보고 싶은, 아직은 죽지 않고 살아 있고 싶은 이유였다.
여름이 오면서 장례식장 일은 많지 않았다. 다른 아르바이트와 달리 이일은 비수기가 있었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유난히 한가했다. 여름에는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고 오직 생명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일이 없어 불안했으나 한편으로는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 여름이 좋았다.
영원히 살 것처럼 희망을 품지도 않았지만, 살아 있는 한은 살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