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사라질 운명의 꿈도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 꿈을 떠나보낸다 해서 내 인생을 버린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내가 원한다고 상상했던 삶을 놓아버린 것 뿐이었다. 처음에는 상실감으로 괴로웠지만 그마저 흐릿해졌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새로운 꿈이 싹을 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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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56개의 문장
나는 사라질 운명의 꿈도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 꿈을 떠나보낸다 해서 내 인생을 버린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내가 원한다고 상상했던 삶을 놓아버린 것 뿐이었다. 처음에는 상실감으로 괴로웠지만 그마저 흐릿해졌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새로운 꿈이 싹을 틔웠다.
"저....어." 나는 두 무릎을 꼭 안았다. 여자를 부를 수 없었다. 어떤 식으로 불러야 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여자를 부르는 일에는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다시 내 발끝을 보았다. 하얀 비계 같은 엄지발톱이 엄지발가락 밖으로 길게 비어져 나와 있었다. 여자에게 보여 주지 않은 오른손에는 손톱깎이가 있다. 지금이 아니면 이 말은 할 수 없다.....! "발톱 깎아 줄게요!"
나는 언니가 이름만 바뀐 당신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양손을 언니 등 뒤에서 맞잡아 본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붙어서 태어났던 것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울음을 그친 언니의 숨소리와 나의 그것은 길이와 높낮이가 비슷하다. 나는 어느새 오른손 엄지손톱 밑의 허전함이 사라져 있음을 깨닫는다. 깍지를 풀어 언니의 젖은 눈을 문제의 손가락으로 살며시 쓰다듬어 본다. 아. 언니 감은 눈 밑에, 젖은 가시덤불이 있다.
대기실 문 앞에서 우지현의 무대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우지현은 물벼락을 맞은 듯이 땀범벅이 되어 대기실에서 나왔다. 나를 발견하고는 얼어붙은 듯이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한참 동안 나도 우지현도 아무 말 않고 서로을 보고 서 있었다. 복도에 꽉 차 있는 투명한 것은 공기가 아니라 우리 사이의 시간인 것 같았다. 그건 보이지 않게 흔들리고 있었다.
달에 사는 우리는 달을 향해 소원을 빌 수 없죠. 추석날 하늘에서 지구를 볼 수도 없어요. 그래서 여기서는 지구 사람들이 기념하는 명절과 똑같은 추석을 보내는 게 불가능해요. 그렇지만 그게 우리가 이 명절을 기릴 수 없다는 뜻이 아니에요. 제 생각엔... 중요한 건, 우리가 노력하느냐 그러지 않느냐 같아요. 같을 수는 없지만, 노력은 해야 한다고요.
주비에게 시아는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지만 어린이집에서 제일 예쁜 라이벌이기도 했다. 왜 여태 그 생각을 못했지? 만약 시아가 밤이 오빠에게 마음이 있다면, 주비가 이기기 어려울 것 같았다. 시아에게 비밀을 털어놓은 것이 아주 조금 후회가 되었다. "그럼 내일도 그거 하고 올 거야?" 시아가 주비 머리에 달린 체리 방울을 가리켰다
나는 아버지가 울음을 삼키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영화를 우리 극장에서 틀자." 아버지는 그 엉성한 영상을 영화라고 불렀다. 아버지와 내가 같은 생각을 했다. 어째서 그 생각을 여태 못했을까. 장수극장 마지막 상영작의 주인공은 장수극장이 되어야 했다.
딱 한 명만 내게 말을 걸어 준다면 나는 그 앞에서 울어 줄 수 있고, 울고 나면 분위기가 바뀔 거라고. 적어도 우리 반만은. 우리 학교만은. 우리 동네만은
밤이 이토록 길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잠들 수 있는 인간들이 부러울 지경이었다.
"그 순간, 호진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나약한데 대체 왜……. 저 아이는 지금 무얼 위해 발악하는 걸까. “이젠 도망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