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반짝이는계절

그를 위해 때로는 조사 하나를 바꾸는 데 하루를 다 쓰고, 적절한 단어 하나를 찾는 데 며칠 밤을 보낸 적도 있었다.

그래서 헬싱키에 그리고 이곳에 다시 오게 된다면, 그때는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묻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가 이곳에 입장하면 이곳의 와이파이가 내 휴대폰과 자연스레 연결될 것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이곳과 내가 소리 없이 연결될 것이다.

'이 도시에 마리메꼬를 입는 아시아인 관광객 포션을 추가했군' 하는 생각에 다소 비합리적인 뿌듯함이 일었다.

지금이 아니면 바로 여기 이곳에, 이 드넓은 지구 위에서도 바로 이 특정한 위치에 존재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저곳은 녹아버리고 말 거라는 사실을. 그래서 지금만이 이곳에 이렇게 발을 디디고 서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사실을.

"신기해? 아니면 예상했어?" “둘 다야.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놀랍지 않은 느낌이랄까?" 그 모순된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하늘은 더없이 쾌청했고, 햇살은 딱 기분 좋게 내리쬐며 온 세상의 표면에 기분 좋은 반짝임을 선물 포장처럼 한 겸 더 감싸주고 있었다.

시인 동상과 그 머리 위 갈매기까지가 에스플라나디 공원의 일부이자 이 헬싱키의 랜드마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달달한 짜릿함이 다 사라지기 전에 얼른 쌉쌀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빨아 올려 균형을 맞추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