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다 수십 년이 지난 후에 갑자기 이 편지를 받은 것이다. 편지에는 크리스티나가 세상을 떠났고, 그녀가 ‘오래 전에 베풀어준 친절’에 보답하는 뜻으로 내게 스페인에 있는 집을 남겼다고 했더. 또한 편지에는 만약 스페인으로 이사하는 게 너무 ‘비현실적‘이라면 이 집을 팔거나 임대할 수 있다는 말도 분명히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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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5개의 문장
그러다 수십 년이 지난 후에 갑자기 이 편지를 받은 것이다. 편지에는 크리스티나가 세상을 떠났고, 그녀가 ‘오래 전에 베풀어준 친절’에 보답하는 뜻으로 내게 스페인에 있는 집을 남겼다고 했더. 또한 편지에는 만약 스페인으로 이사하는 게 너무 ‘비현실적‘이라면 이 집을 팔거나 임대할 수 있다는 말도 분명히 적혀 있었다.
지중해의 더위 속에서도 난 그 가운이 필요했다. 칼이 죽은 뒤로 종종 이 가운에 얼굴을 묻곤 했다. 이 가운을 입는 것은 그의 품에 안기는 것과 가장 비슷한 행위였다.
비베 포르 미 ( Vive por mí ) 알베르토가 딸에게 말했다. 그러더니 날 보며 또 그렇게 말했다. 그것이 우리에게 남긴 그의 마지막 소원이었다. ' 날 위해 살아줘.' 마르타의 몸이 들썩이는 동안 그녀의 고통이 너무도 날카롭고 생생하게 느껴졌다. 난 그걸 전부 느꼈다. 마르타는 고통을 피하지 않았다. '내가 곁에 있어줄게, 마르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할 거야.' 우리는 그렇게 서서 마르타가 울게 내버려두었다. 때때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이 전부다.
난 늘 당신을 사랑했어 늘 알고 있었어. 그레이스. 당신은 내게 전부 다 말했어. 말하지 않을 때조차도. 하지만 내가 여기 온 건 나도 완벽하지 않다고 말하기 위해서야. 난 내 실수를 받아들였고 날 용서했어. 그러니까 당신도 그래야 해. 당신은 필요한 사람이야. 사랑해, 그레이스. 지금까지 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사랑은 그냥 사라지지 않아. 빛처럼 계속 이동하지. 하지만 당신은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해.... 당신은 살아야 해. 당신은 완벽해지려고 태어난 게 아니야. 우리 다 마찬가지야. 우린 살려고 태어났어.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집어 들었다. '이 세상에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오직 다른 상태와의 비교를 통해 행복이나 불행을 느낄 뿐입니다. 극심한 슬픔을 겪었던 사람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 구절은 사실이란다, 모리스. 모든 건 상대적이야. 빛과 그림자의 대비. 인생은 전부 키아로스쿠로고, 인생의 의미는 상대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마치 가까운 친척을 알듯이 온 세상과 그 안의 모든 존재를 아는 듯했다. 모든 사람과 모든 사물을 알았고, 그저 보기만 하면 상대에 대해 알 수 있는 듯했다. 모든 것의 상호연결성이 보였다. 보는 법을 알기만 한다면 모든 것이 다 드러나 있었다. 모든 사실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감성적이자 내가 늘 사랑했던 사실은 우리 모두가 별먼지라는 것이다. 온 우주가 우리 안에 있다. 우리는 원소로 이뤄졌다. 우리 안에는 윈소처럼 분해되지 않는 강인함과 영원이 있다. 우리의 피와 뼈에는 우주가 있다.
무한대의 무한대가 존재할 수 있다. 정말로 무한 그 너머로 갈 수 있다. 신념 체계는 무서울 정도로 빨리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구에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믿는 것은 내게 무한 그 너머에 해당했다. 외계 생명체를 믿게 되었다는 것은 내 안에 지진이 일어난 것과 다름없었다. 오로지 슬픔에만 비견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지진. 하지만 슬픔이 한 사람의 죽음인 반면 이것은 내가 현실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의 죽음이었다.
현실은 환상에 불과해요. 아주 끈질긴 환상이죠. 아인슈타인이 그렇게 말했을 겁니다. 때때로 환상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현실이에요.
문제는 나였다. 난 슬픔과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응고된 기억을 간직한 채 눍어가는 몸에 그대로 머문다면 나로 사는 것이 나만의 사형 선고였다.
이 인생이라는 책에는 순수한 현재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늘 앞 페이지의 단어가 보이고, 그 잉크 빛 그림자가 눈앞의 글자를 칙칙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