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는 사람은 조금 '삐딱'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사람에게만 보이는 사실 너머의 진실이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무것이듯,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듯, 빠르고 편리한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이 요구하는 것과 반대로 할 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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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0개의 문장
글쓰는 사람은 조금 '삐딱'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사람에게만 보이는 사실 너머의 진실이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무것이듯,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듯, 빠르고 편리한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이 요구하는 것과 반대로 할 때 보인다.
인생이 괴로운 이유에는 대부분 관계가 얽혀 있다. 타인이 내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화내거나 서운해한다. 판단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했다. 여유로워졌다. 싫어 하던 것이 제법 괜찮아지기도 했다. 복잡하게 따지지 않고 '넌 그렇구나' 인정하며 내가 아끼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일. 그동안 왜 하지 못했는지 못내 애석한 마음이 든다.
몸이 자주 아파도, 부족한 면이 있어도 나는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였다. 몸은 물러도 마음은 단단하니까, 마음이 무른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나의 부족함을 미워하지 않으며 그대로 받아들이고 돌보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아주 못할 바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은 늘 결에 있고, 아무것은 언제나 저 멀리에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밟고 걸으면서 아무것을 향해 손을 뻗는 것, 우리네 삶이다.
고민하느라 마음의 짐을 안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기운을 깎아 먹기 때문에 나를 생각해서도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눈에 보이는 것을 묘사하는 재주는 누구나 훈련하면 는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통찰하는 일은 보다 고차원적인 능력이다. 그 능력은 부지런한 사유에서 온다. 숨 쉬듯 책을 읽고 밥 먹듯 글을 쓰며, 당연한 것에 의심을 품는 자만이 얻게 되는 보상이다.
늘 쓰는 시각 묘사 외에도 청각이나 후각처럼, 글을 쓸 때 잘 사용하지 않는 감각을 깨워서 대상을 재현할 때 새로운 표현이 나온다. '고층 빌딩의 외로운 웅얼거림' '떨떠름한 크레파스' '매운 떡볶이의 요란한 비명' '비린내 나는 해바라기'처럼
보행은 가없이 넓은 도서관이다. 매번 길 위에 놓인 평범한 사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서관, 스쳐 지나가는 장소들의 기억을 매개하는 도서관인 동시에 표지판, 폐허, 기념물 등이 베풀어주는 집단적 기억을 간직하는 도서관이다. 이렇게 볼 때 걷는 것은 여러 가지풍경들과 말들 속을 통과하는 것이다.- 다비드 르 브르통, 「걷기 예찬』, p.91
묘사는 순간의 기술이 아니라 그동안의 관찰이 샐러드처럼 잘 버무려지는 것과 같다. 묘사를 잘하고 싶다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자만을 내려놓고 대상에 가까이 다가가 관찰부터 골똘히 해야 한다. 관찰이 축적되고 길러지면 비로소 묘사의 재료로 쓰인다. 그러니까 종이를 마주했을 때 묘사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이미 관찰 재료를 확보해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인간은 서로 전혀 모릅니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죽으면 울면서 조사 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