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고통도 훗날, 발가락조차 담가볼 수 없는 머나먼 저수지가 될 것이다. 이 시간 또한 견고하게 문닫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일시적으로 위로가 된다.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은 어딘가 얄밉기까지 해서 끝까지 동의하고 싶지 않지만 틀린말은 아니다.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것은 닥쳐온 어떤 사실이 아니라, 그것에 감응하는 우리의 피와 살이기 때문이다. 피와 살의 감정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흰뼈 같은 사실만이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 감정 또한 사실이 된다. 우리가 절망하고, 울고, 잠 못이룬 밤이 있었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