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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총 3개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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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단 한 번도 믿지 못했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모든 것이 태어났다는 것을. 격렬히 고동치던 그 심장들이 실은 텅 빈 것이었다는 것을. 마른 입술, 두려위하는 손, 갓 꺼낸 밀빵 껍질같이 달아오른 네 개의 뺨조차, 어두운 꿈의 마지막 순간처럼 영원히 없는 것, 사라지기 전에 이미 없던 것, 없던 것이었다는 것을.

    바람이 분다 가라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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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물고기는 물이 텅 빈 공간이라고 생각할 거야. 우리가 공기를 마시면서도 허공이 텅 비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하지만 허공은 결코 비어 있지 않아. 바람이 불고, 벼락이 치고, 강한 압력으로 우리 몸을 누르지. 그러니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눈. . 더 높은 차원의 눈으로 우주의 공간을 볼 수 있다면, 모든 건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될거야.

    바람이 분다 가라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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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말이지. 정희야.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이상한 기분이 들어. 나를 사랑한다는 그 어떤 남자의 말은, 자신을 사랑해 달라는 말일 수도 있고, 나를 오해하고 있다는 말일 수도 있고, 내가 그를 위해 많은 걸 버려주길 바란다는 말일 수도 있지. 단순히 나를 소유하고 싶거나 심지어 나를 자기 몸에 맞게 구부려서, 그 변형된 형태를 갖고 싶다는 뜻일 수도 있고, 자신의 무서운 공허나 외로움을 틀어 막아달라는 말일 수도 있어. 그러니까,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내가 처음 느끼는 감정은 공포야.

    바람이 분다 가라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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