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날카로운 시간의 모서리- 시시각각 갱신되는 투명한 벼랑의 가장자리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살아온 만큼의 시간 끝에 아슬아슬하게 한 발을 디디고, 의지가 개입할 겨를 없이, 서슴없이 남은 한 발을 허공으로 내딛는다. 특별히 우리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그것밖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도 그 위태로움을 나는 느낀다. 아직 살아보지 않은 시간 속으로, 쓰지 않은 책 속으로 무모하게 걸어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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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1개의 문장
그렇게 날카로운 시간의 모서리- 시시각각 갱신되는 투명한 벼랑의 가장자리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살아온 만큼의 시간 끝에 아슬아슬하게 한 발을 디디고, 의지가 개입할 겨를 없이, 서슴없이 남은 한 발을 허공으로 내딛는다. 특별히 우리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그것밖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도 그 위태로움을 나는 느낀다. 아직 살아보지 않은 시간 속으로, 쓰지 않은 책 속으로 무모하게 걸어들어 간다.
시간의 감각이 날카로울 때가 있다. 몸이 아플 때 특히 그렇다. 열네 살 무렵 시작된 편두통은 예고 없이 위경련과 함께 찾아와 일상을 정지시킨다. 해오던 일을 모두 멈추고 통증을 견디는 동안, 한 방울씩 떨어져내리는 시간은 면도날을 뭉쳐 만든 구슬들 같다. 손끝이 스치면 피가 흐를 것 같다. 숨을 들이쉬며 한순간씩 더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또렷하게 느껴진다. 일상으로 돌아온 뒤까지도 그 감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숨죽여 서서 나를 기다린다.
활로 철현을 켜면 슬프거나 기이하거나 새된 소리가 나는 것처럼, 이 단어들로 심장을 문지르면 어떤 문장들이건 흘러나올 것이다.
"아, 맞다. 공범 어쩌고 하는 건 걱정하지 마. 처음부터 친구라고 생각한 적 없으니까. 능력도 없는 주제에 자존심만 센, 그런 놈들이 제일 싫거든. 발명가인 내 입장에서 보면 너는 어디로 보나 인간 실패작이야."
분명 제가 사직을 결심한 것은 마나미의 죽음이 원인입니다. 하지만 만약 마나미의 죽음이 정말 사고였다면, 슬픔을 달래기 위해서도, 그리고 제가 저지른 죄를 반성하기 위해서도 교사직을 계속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사직하는가? 마나미는 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 우리 반 학생에게 살해당했기 때문입니다.
"무슨 소리야? 아주 좋아보이는데. 사실 머리를 그렇게 잘라서 얼굴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뿐이야. 당신이 그런 커트 머리를 한 건 일생일대의 실수였어.“
두 사람 모두 잘못한 거였다. 가이는 별생각 없이 자기 뜻대로 했고, 로즈메리는 불만을 겉으로 털 어놓지 못한 채 속으로 꽁해 있었다. 남편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 한, 남편이 달라질 리는 만무했다. 로즈메리는 얘기를 해야 했다•·•.· 아니, 남편도 로즈메리가 모르는 불만을 품고 있을 수 있으니 부부가 서로 대화를 해야 했다•···•• 그렇게 하면 상황이 나아질 것 같았다. 불행의 시초가 으레 그렇듯, 이번 문제도 서로 솔직하게 털어놓는 대신 침묵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일 터였다.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는 젊은 소장이 장갑차를 이끌고 서울에 입성하는 것을, 곧이어 중앙정보부장을 겸직하는 것을 당신은 신문을 통해 지켜보았다.
시민 여러분, 도청으로 나와주십시오. 지금 계엄군이 시내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죽은 사람들밖에 없는데, 군인들이 여기까지 와요? 병원에 있는 부상자들도 폭도라고 다 쏴 죽일 거란 말이 있는데, 여기 시신들이고 지키는 사람들이고 가만둘 것 같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