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

‘네가 내 손안에 있는데••' 난 연신 중얼거렸다. 네 살짜리 둘째 딸아이의 겁에 질린 눈빛 속에서, 아빠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본다. 그 안에서 마음껏 화를 낼 수 있는 둘 사이의 절대적인관계. 이 어린아이가 모든 것을 아빠에게 내어 맡기고 자전거를타고 가는 길. 난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고 그 아이를 붙들어 잡는다.

너의 가치 너를 자꾸만 떠올리는 건 절대 사랑해서가 아니야. 미워할 사람이 없다는 건 내 삶을 꽤나 지루하게 만들기에 넌 그 사이를 대신해야만 해. 시간을 죽이는 것보다 가치 있다는 거지. 가치 있는 너의 존재를 난 자주 떠올려.

움켜진 숟가락 오래된 관계가 가장 끈끈하다고 하지만 이보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게 바로 이런 관계들이다. 그래서 난 오래된 관계를 부수는 걸 좋아한다. 이는 느슨한 탄력감과 편안한 긴장감을 주고 무엇보다 견고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잔인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츄파춥스 대가리가 커진 만큼 몸집을 키우면 그저 큰 사람이 되는 것인가 알맞은 대가리와 알맞은 몸집의 크기를 계산해 봐야겠어

난 늘 이 자리 가만히 어떠한 높낮이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 가만히 서 있고 모든 것이 날 지나쳐 갈 뿐 난 움직이지 않는다.

질문 1. 여행을 가본 적이 있나? 2. 언어를 하나 이상 하는가? 3. 글을 쓰나? 4. 눈 감고 당장 읊을 수 있는 시가 있나? 5. 밀란 쿤데라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었다?

조준 내 마음은 중앙에 있는가 내 마음은 아래에 있는가 내 마음은 나아가 있는가 내 마음은 멈추어 있는가 내 마음엔 대체 누가 있는가

해는 제 시간에 떴고 눈사람은 원래의 자리에 놓였다. 눈이 기울어지더니 코가 떨어졌다. 눈사람이 없어질 때까지 자매는 그 자리를 지켰다. 카리가 말했다. "내년에 또 만날 수 있어." 둘은 손을 맞잡고 집으로 뛰어 올라갔고 눈사람은 물웅덩이조차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어. 네가 커서 하고자 하는 일이 안 될 때 술, 담배, 남자 이 세 가지 중 하나가 원인이다." 잠시 뜸을 들이다 그녀는 말했다. “세 가지 다일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