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의 유무를 떠나 남극의 자연은 나를 낮추고 자연의 질서 안에 머물며 늘 숭고하게 했다. 압도적인 경외와 종교적 매혹, 두려운 감동이 뒤섞인 누미노제Numinose의 경험이 남극에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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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7개의 문장
종교의 유무를 떠나 남극의 자연은 나를 낮추고 자연의 질서 안에 머물며 늘 숭고하게 했다. 압도적인 경외와 종교적 매혹, 두려운 감동이 뒤섞인 누미노제Numinose의 경험이 남극에는 있었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을 믿는 모든 사람에게는 일상의 작은 우연도 신비를 간직한다.
남극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나는 실제 내 삶은 이곳과 얼마나 다른가를 동시에 감각했다. 적어도 지금의 내게는 남극이 인간이 인간처럼 살 수 있고 해표가 해표처럼 살 수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안정적인 공간이었다.
내 방은 유빙 무리가 잘 보이는 쪽이었고 아침마다 그 풍경을 바라보자면 나조차 투명해지는 느낌이었다. 다른 존재에 이입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능력이라면 그것이 자연을 향할 때 인간은 가장 아름다워지고 대범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사람들이 펭귄을 좋아하는 건 용감해서가 아닐까 싶었다. 으르렁거리며 완력을 과시라는 용감함이 아니라 느리고 작은 존재가 신비롭게 보여주는 태연함. 극한의 날씨를 버티며 유빙의 바다를 수영하는 펭귄들의 모습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동과 경이.
작살과 총을 내려놓고 생명에 대한 경이와 사랑을 택한 과정은 인간종이 이루는 이런 마음의 변화가 진보와 발전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저는 순간순간 행복을 찾아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행복은 삶을 풍요롭게 해줍니다. 다만 풍요롭기 위해서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같은 것을 보고 얼마만큼 감상할 수 있는가에 따라 풍요와 빈곤이 나뉘니까요. 삶의 풍요는 감상의 폭과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짧은 한 줄의 문장이 가진 힘은 크다. 그건 마치 날카로운 바늘과 같아서 절대 뚫리지 않을 것 같던 방벽을 무너트릴 틈을 내준다. 짐을 잔뜩 실은 채 오도 가도 못하는 수레를 굴러가게 하기 위해서는 바퀴에 고인 돌 하나를 툭 쳐서 빼는 것으로 충분할 때도 있다.
나는 늙는 게 아니라 선명해지는 것이다. 늙어가는 건 단지 시간의 흐름일 뿐이지 나의 쓸모가 없어지는게 아니다. 쓸모란 죽는 날까지 스스로 찾는 것이니, 언제나 자신을 연구하고 관찰해야 한다.
인생이란 살아갈수록 잘될 때보다 잘 풀리지 않는 때가 더 많다. 그게 인생이라는 걸 받아들일 줄 알게 되는 것이 나이를 먹은 사람의 거의 유일한 수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