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사이의 간극이 너무 급격하고 아찔하게 느껴져 순간 어지러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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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9개의 문장
그 사이의 간극이 너무 급격하고 아찔하게 느껴져 순간 어지러울 정도였다.
내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감정의 일부를 생각으로 전환하는 법을 배운 어른들은, 아이에게 그런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니 그런 경험 또한 있을 리 없다고 결론짓는다. 하지만 삶에서 내가 그때처럼 치열하게 경험하고 괴로워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내 고백을 다정하게 들어주고 상냥하게 대해주며 안쓰러워하겠지만 나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 모든 일을 일종의 실수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은 운명이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이 생각들에 결론을 낼 수 없었다. 이런 생각들은 돌멩이가 되어 샘으로 떨어졌고, 그 샘은 내 어린 영혼이었다.
안으로 들어섰을 때 아버지는 내 신발이 젖었다며 잔소리했다. 다행히 젖은 신발 때문에 아버지는 더 나쁜 일을 알아채지 못했다. 나는 꾸중을 들으면서 속으로 다른 잘못에 대해서도 함께 야단맞는 것이라고 여겼다.
내 죄는 이것인가, 저것인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악마에게 손을 뻗은 것 자체가 죄였다.
그것은 죽음을 도모하며 삶을 버티는 행위였다.
사회는 조리 있게 굴러가야 하지만 가족이라는 제도 안의 조리는 다른 문제였던 것이다.
시간은 겨울을 견디고 기어이 봄으로 나아갔다.
가끔 궁금했다. 은석 역시 내게 하고 싶은 질문들이 있는지, 불안한 감정들을 느끼는지. 하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더 솔직하게는 묻고 싶지 않았다는 게, 아니 묻기 두려웠다는 게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