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워밍업 없이 가보고 싶어

단지 우연히 엿보게 된 어떤 삶을 통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살을 붙안 덕에 불안의 바다에서 헤엄치던 나도 뭍에 닿을 수 있었다.

상처는 받지 말자고 결심한다고 해서 안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모든 건 기세가 결정한다. 자신감이 없으면 무엇도 이룰 수 없다는 것. 자신감은 다른 이들을 시야에서 지우고 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출 때 생긴다는 것도 알게 됐다.

나는 이제야 사람에게 꼭 '지는 날'만 있지는 않다는 걸 안다. 기다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기는 날이 오기도 한다는 것.

어떻게든 행복해지겠다고 다짐하면서. 더는 어떤 이름 없는 불안이 나를 삼키게 두지 않겠다고 두 주먹에 힘을 주면서.

완벽해지기를 기다리며 망설이고 싶지 않다. 워밍업 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손과 발을 물에 적응시키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때는 늦는다. 당장 뛰어들기. 뛰어들고 나면 화들짝 놀란 내 몸과 마음이 더 빠르게 작동한다. 나는 그 힘을 믿는다.

앞으로 또 어떤 시련이 닥칠지 모르지만 비참한 날들은 언젠가 지나가고 봄은 언제고 다시 돌아와 꽃을 피울 것을 안다. 그래서 그때도, 지금도, 괜찮았고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