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틴 바우어가 파랗고 쓸모없는 물건들로 공들여 정원을 장식하듯. 사람들 앞에서 고통의 파편을 훈장처럼 늘어놓던 내담자들, 그들은 오직 그 순간에만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삶에서 상처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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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2개의 문장
새틴 바우어가 파랗고 쓸모없는 물건들로 공들여 정원을 장식하듯. 사람들 앞에서 고통의 파편을 훈장처럼 늘어놓던 내담자들, 그들은 오직 그 순간에만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삶에서 상처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사람들처럼.
홀씨처럼 가볍고 희끄무레한 영혼이 손이 닿지 않는 아득한 곳으로 건너갈까봐 돌을 눌러두듯 잠든 윤미의 이마에 자신의 손을 올려둔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 모두 최악은 말하지 않았다. 지금껏 아물지 않았고, 언제 아물지 모를 기억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점점 센 강도로 훼손되는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걸을 때, 어두운 방에 누워 잠을 청할 때,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쉴 때, 그녀는 들을 수 있다. 마음에 금이 가고, 갈라지는 소리를. 마음이 저절로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이 나라는 부동산 때문에 망할 거야. 이 썩은 빌라들에 도대체 몇 사람의 밥줄이 달려 있는 거야, 세상에.
마음은 진정되는 것 같다가도 한 없이 작아지고 말할 수 없이 어두워지고 아주 사소한 기억에도 심하게 덜컹거렸다.
세상이 조금 만만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어느 날 자리에서 눈을 떠보니 시시한 인간이 돼 있던 거다. 아무것도 되지 않은 채.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이 이상이 될 수 없을 거란 불안을 안고. 아울러 은지와 서윤은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가진 것 중 가장 빛나는 것을 이제 막 잃어버리게 될 참이라는 것을.
월급날에 대한 확신과 기대는 조금 더 예쁜 것, 조금 더 세련된 것, 조금 더 안전한 것에 대한 관심을 부추겼다. 그러니까 딱 한 뼘만······9센티미터만큼이라도 삶의 질이 향상되길 바랐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많은 물건 중 내게 ‘딱 맞는 한 뼘'은 없었다는 거다. 모든 건 늘 반 뼘 모자라거나 한 뼘 초과됐다. 본디 이 세계의 가격은 욕망의 크기와 딱 맞게 매겨지지 않았다는 듯. 아직 젊고, 벌 날이 많다는 근거 없는 낙관으로 나는 늘 한 뼘 더 초과되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그럴 자격이 있다 생각했다.
고요는 오존층처럼 우리 몸을 보호해주는 투명한 막 같은 거였다. 물이나 햇빛처럼 사람이 사는 데 꼭 필요한. 그런데 차 소리가 그걸 자꾸 찢고 들어왔다.
한밤중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조그만 불빛을 따라 내 마음도 빨갛게 깜빡거렸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