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한다람쥐

무겁게 마음먹으면서도 단단한 행복이 차올랐다.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고 방향을 확실히 정했기 때문에.

피하기만 하던 진평과 마주하고 싶었다.

하지만 첫사랑이라는 단어는 해솔과의 관계를 표현하기에 너무 납작하다고 도담은 생각했다.

분노는 그 분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 앞에서 더욱 쉽게 뿜어져 나온다. 상처도 아무도 모르는 상처보다 그 상처의 존재를 아는 사람 앞에서 더 아프다.

여름이 가까워 오며 날이 뜨거워질수록 두 사람의 격렬했던 뜨거움은 식어 갔다.

도담이 보고 싶었다. 당장 도담을 만나야 했다. 해솔은 걸음을 옮겼다. 튼튼한 다리로 도담을 향해 달려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모처럼 살아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상처 입은 사람의 냄새는 애써 덮고 감추어도 눈빛에서, 걸음걸이에서,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모든 게 제자리에 있던 것 같은 삶에 갑자기 너무 큰 상실이 한꺼번에 들이닥쳐 도담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어떤 말은 혀를 통해 입 밖으로 내뱉어지는 순간, 의식을 붙들어 매고 돌이킬 수 없는 힘을 가진다.

평화롭게만 보이는 저곳에 빨려 들어가는 소용돌이가 있다니 두려움과 동시에 호기심이 일었다. 위험을 품고 있는 계곡이 어쩐지 더욱 매혹적으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