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분의 삶

오로지 나 하나 건사하며 살아내고 싶다.

혼자 살면 샤워할 때 갈아입을 옷을 들고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아직 수분이 남아 있는 몸에 습기를 머금은 옷을 급히 입지 않아도 되는 것. 이게 뭐 대수라고 이토록이나 큰 해방감이 느껴질까.

내키는 건 하고 내키지 않은 건 하지 않는 게 집순이의 특권이다.

현실적인 상황에서 자유로워 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결국 중요한 건 이 물음에 대한 나의 의지가 전부다.

자립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봤다. 어떤 식이든 노동을 통해 번 돈으로 나 하나 건사하며 먹고 살 수 있는 것. 인생의 구심점이었던 가족에게서 벗어나 그 어떤 경제적 보호나 도움 없이 오롯이 혼자 서는 것.

흔히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라고 부르는 상품들은 사람들의 기호를 겨냥한 것이 많다. 진짜 생필품에는 이 단어를 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비의 폭을 줄이자니 소유하는 물건도 걸러진다. 어쩌면 한 사람의 스타일, 취향이라는 건 이렇게 선택의 폭이 줄었을 때 명확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중요한 건 무심코 뱉은 말의 폭력성이다.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을 두고 가해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 어릴 적 남자아이가 여자아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치마를 들추며 괴롭힐 때마다 어른들이 하는 말과 닮았다. 어쩌면 이게 더 무서운 일이 아닐까.

가족의 울타리에 안주했다면 몰랐을 것들을 겪으며 인생의 묘미를 맛보는 중이다. 내가 하고 있는 게 자취든 독립이든 1인분의 삶은 나를 키웠다. 사는 곳은 집이 아닌 방, 혹은 고작 한 칸에 불과했지만 내 영혼의 둘레는 더 커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 자취하시는구나? 아니요, 독립한 건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