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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총 30개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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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열세 살 되던 봄에 열아홉 살 먹은 색시에게로 장가를 들었다. ...어머님 품에 자던 자기가 인제 그와 한 요 위에 잘 것과 사람한테는 응석을 부리더라도 그에게는 꼭 어른 노릇을 할 것과, 자기보다 나이는 많지마는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톡톡히 꾸짖어서 길을 들여야 될 것을 대강 짐작하였다. 또 그는 자기에게 고운 옷을 해 입히고 맛난 음식을 해주는 침모(針母)나 찬비(饌婢) 같은 것이니, 그에게는 옷 투정 반찬 투정을 막하여도 매도 아니 맞고 꾸중을 아니 모시는 것을 그는 신기하게도 생각하였다.

    소설 <지새는 안개> / 현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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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엎어진 조국을 건지려고 이국수토(異國殊土)의 망명객이 되어 심혈을 뿌리는 발아리(勃牙利)혁명당 수령 인사롭과 그에게 뜨거운 사랑을 바치는 노서아(露西亞)의 아름다운 처녀 에레나 사이에 얽히고 설킨 비장하고도 농염한 연애소설을 얘기했다.. "에레나는 불 같은 사랑을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리었습니다. 고국도 버리고 부모도 버리고 남편을 따라갔습니다. 내일같이 발아리(勃牙利)의 흙을 밟게 되자 오늘 저녁같이 인사롭은 폐병으로 말미암아 조국의 회복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에레나의 애써 간호한 보람도 없이 저세상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소설 <지새는 안개> / 현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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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는 화라가 창섭에게 물었다. "저어, 내일 저녁 청년회관에서 고학생(苦學生)들이 각본 「격야(隔夜)」를 한다는데, 그것이 어때요, 자미(滋味)있어요?" "매우 자미있는 것입니다. 노서아(露西亞) 문호(文豪) 투르게네프가 지은 소설인데 각색은 아마 일본사람이 한 게지요."

    소설 <지새는 안개> / 현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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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라가 남산공원 마루턱에 올라 발을 멈추고...어느덧 붉은 놀도 잿빛으로 사라지려 할 임물이었다. 저녁 그림자는 짙푸른 연기를 뿜으면서 어슬렁어슬렁 기어들기 시작하였다. 이 연기에 싸이어 하늘이나 땅이나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이나 낱낱이 제 빛깔을 잃어버리고 흐리멍덩하게 조는 듯하였다. 어느 곁엔지 시가(市街)를 점(點)친 전등불도 광휘(光輝)가 빛나지 않아 슬픔에 젖은 눈동자 모양으로 어슴푸레하게 보였다. 지는 해의 밝은 빛이 아직 다 걷히지 아니하고 어두운 밤이 채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였을 때 흔히 있는 광경이었다.

    소설 <지새는 안개> / 현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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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구라야 단둘 뿐인데 찬비(饌婢)와 침모를 두고 보니 지어미의 할 일도 없었다. 지아비로 말하여도 먹을 것이 넉넉한 다음에야 인재를 몰라 주는 이 사회에 승두미리(蠅頭微利)를 다툴 필요도 없었다. 독서, 정담, 화원(花園), 키스, 포옹이 그들의 일과였다. 이외에 그들의 일과가 있다고 하면, 이상적 가정에 필요한 물품을 사들이는 것이리라. 이상적 아내는 놀랄 만한 예리한 관찰과 치밀한 주의로써 이상적 가정에 있어야만 할 물건을 찾아내었다. 트럼프, 손톱 깎는 집개 같은 것도 그 중요한 발견의 하나였다.

    소설 <피아노> / 현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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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의 절정이 절망의 심연이 될 줄이야!

    소설 <유린> / 현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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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도 다 줄 것이 아니니 이십 원이면 넉넉하였다. 십 원은 내가 쓰고 오원은 자기가 써야 되겠노라고 하였다. "무슨 짝에 삼십 오 원 템이나 주어요. 만날 용돈이 없어 허덕지덕 하면서. 나도 한 오 원 있어야 되겠어요. 먹고 싶은 것 좀 사서 먹을 터이야요." 아내는 이렇게 말을 마치었다 태기(胎氣) 있는 지 삼, 사 개월 되는 그날 불가항(不可抗)의 힘으로 도미국이 먹고 싶었다. 물 많은 배가 먹고 싶었다. 나는 이 요구를 아니 들을 수 없었다.

    소설 <타락자> / 현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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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끔 이런 괴로움을 그에게 끼치었다. 일뿐 아니라 가슴이 답답할 때, 비위가 틀릴 때 홧증풀이도 그에게 하였다. 섧은 사정도 그에게 하였다 사회에서 받는 나의 불평, 가정에서 얻은 나의 울분, 또는 운명에 대한 저주를 말끔 그에게 퍼부었다. 그가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인 듯 나는 그를 들볶았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싫다 아니 하였다. 쓰리다 아니 하였다. 달게 받아 주었다.

    소설 <타락자> / 현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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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눈은 감때 사나운 형이 제 장난감을 보자고 할 때 쳐다보는 어린 아우의 그것 모양으로 그것을 빼앗길까 하는 두려움과 또 그것을 빼앗지 말아달라는 애원이 섞여 있었으리라.

    소설 <타락자> / 현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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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前者)에는 기생이라면 남의 피를 빨고 뼈를 긁어내는 요물(妖物)이고, 사갈(蛇蝎)이라 하였었다. 그런데 드나드는 사람조차 사람으로 알지 않았다. 부랑자, 타락자…… 말못할 인간이라 하였었다. '유위유망(有爲有望)한 꽃다운 청춘에 무슨 노릇을 못해서 화류계에게 세월을 보낸단 말입니까. 그들은 제 일평생을 그르칠 뿐만 아니라 그 해독을 제 자손에게까지 끼치어 제 가족을 멸망시키고 제 민족을 멸망시키는 사회의 죄인이고 인류의 죄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설 <타락자> / 현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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