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야 엘릭은 자기가 왜 소설을 쓸 수 있다고 느꼈는지 알 것 같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왜 소설이 아니면 안 된다고 느꼈는지 알 것 같았다. 엘릭은 아빠 문제를 다루고 싶으면서도 아빠를 진짜 문제로 만들고 싶지 않았고, 아빠에게 복수하고 싶으면서도 아빠를 완전히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고 싶지 않았으며, 아빠를 용서하고 싶으면서도 아빠 탓을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모든 짓거리를 더이상 안 하고 싶어질 때까지 반복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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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엘릭은 자기가 왜 소설을 쓸 수 있다고 느꼈는지 알 것 같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왜 소설이 아니면 안 된다고 느꼈는지 알 것 같았다. 엘릭은 아빠 문제를 다루고 싶으면서도 아빠를 진짜 문제로 만들고 싶지 않았고, 아빠에게 복수하고 싶으면서도 아빠를 완전히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고 싶지 않았으며, 아빠를 용서하고 싶으면서도 아빠 탓을 멈추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모든 짓거리를 더이상 안 하고 싶어질 때까지 반복하고 싶었다.

하지만 엘릭은 아빠에게 복수하고 싶었던 거지 아빠를 용서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었다.

아무 힘도 없는 죽은 사람의 권리는 비밀의 형태로 보호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방식으로든 그 비밀을 재현하는 건 산 사람에게 주어진 권리이기도 하다.

아니 아빠와 관련된 기억 대부분이 그랬다. 왜곡되고 탈색되고 모호한 상태로 머릿속어딘가를 부유하는 기억들.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엘릭이 생각하기에 엘릭은 진짜 작가가 아니었다 — 남의 작품과 남의 삶에 올라타야지만 뭐라도 겨우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생생물에 가깝달까.

리서치랍시고 이런저런 아빠에 대해 남이 쓴 글을 읽고 남이 만든 영화를 보느라 금방 1년이 지나가 버렸으므로. 그 사간 동안 엘릭은 자기가 써야 할 글로부터 더 멀리 도망치기만 했다.

알다시피 온점은 인내심의 반영이다. 온점을 찍지 않았다는 건 너 같은 새끼를 참아줄 여유가 점점 바닥나고 있다는 완곡한 표현이다.

희한하게도 꿈에는 더듬어 생각할수록 선명해지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더듬어서 선명해질 수 있다면 과연 그 부분이 꿈의 일부였던 게 맞을까? 깨어난 뒤에 마음속으로 원하고 있었던 것을 저도 모르게 덮어씌운 게 아니고?

나는 다시는 이 섬을 보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내 인생의 한 장은 그렇게 끝났고, 나는 피할 수 없는 죽음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있음을 느꼈다.

나답게 산다나답게 산다. 나를 조용히 지킨다. 나를 숨기지 않는다. 나에 대해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 나를 함부로 내세워자랑하지도 않는다. 동시에 나만이 피해자인 양 자기 연민을 갖거나 자학하지도 않는다 . 나만 중요하다고 여기지않는 버뜻을 들인다. 나를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이것들은 모두 정신적으로 좋은 자세를 가진 사람의 특징이다. *타인은 나를 모른다. 소노아야코 타인은 나를 모른다. 소노아야코